일부 네티즌들은 정봉주 성추행 관련 기사에 ‘분기탱천’하기도 했고,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해명도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는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던 시정에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정봉주 나꼼수 4인방이 유행시킨 ‘프리허그’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봉주 전 의원의 이런 행동은 당시 ‘프리허그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 정봉주 전 의원이 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앞두고 성추행 폭로가 나오면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정봉주 전 의원의 이날 오전 예정된 기자회견은 갑자기 취소됐다.

프레시안은 이날자 보도에서 정봉주 의원 관련 “더불어민주당에 최근 복당해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왔다”고 경천동지할 내용을 보도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현직 기자 A 씨는 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기자 지망생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정봉주 전 의원이 호텔로 불러내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는 거다. 역시 프레시안에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주장을 제보한 A 씨도 정봉부 전 의원을 처음 만난 때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11년 11월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당시 ‘나꼼수’ 애청자였던 A 씨는 2011년 11월 1일, 친구와 함께 K 대학에서 열린 정봉주 전 의원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이 끝난 후 A 씨와 친구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에게 “어느 대학에 다니냐”고 물었고, A 씨는 “S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그러자 정봉주 전 의원은 “곧 S 대학에서도 강연을 한다. 그때 또 보자”며 명함을 건넸다. 정봉주 전 의원은 명함 케이스를 들고 다니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명함을 돌렸다. 그러면서 “나는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니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는 거다.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유명 정치인 정봉주 의원과 그의 팬 A 씨 사이의 ‘소통’은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됐다. A 씨는 “정치인 연락처를 처음 받아봤는데 정말로 답장을 하는 게 신기해서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에게 S 대학 강연 홍보를 부탁했고, 예고한 대로 얼마 후인 11월 14일 S 대학에서 정봉주 의원의 강연이 열렸다.

A씨는 정봉주 의원의 강연 내용도 기억하고 있었다. “강연에서 처음 한 이야기가 ‘나는 몇십억 빚이 있는 부자다’였다. 낙수효과의 부조리 등에 대해 얘기했던 것도 기억난다. 강연 내용에 공감했고, 그래서 더 ‘정치인 정봉주’를 지지하게 됐다”고 정봉주 전 의원의 강연 내용을 기억해냈다는 거다.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A씨의 기억은 비교적 또렷해 보이는 대목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강연을 들은 학생들 수십여 명과 함께 S 대학 근처에서 뒤풀이를 했다. A 씨도 친구들과 뒤풀이에 참석했다. 자연스러운 뒤풀이 자리를 통해 A 씨와 A 씨 친구 서너 명은 정봉주 전 의원과 친해졌다. 

그날부터였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에게 수시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A 씨는 처음엔 큰 거부감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호의로 느꼈다고 했다. A 씨는 “(정봉주 의원) 자기도 월간지 ‘말’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으니 제 글을 봐주겠다며 이메일로 글을 보내라고 했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이런 호의는 점점 부담으로 변해갔다. “바쁘냐”, “뭐 햐냐”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은 점점 끈적이는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A 씨는 정봉주 전 의원이 항상 휴대전화 두 대를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봉주 전 의원이 A 씨에겐 공식적으로 쓰는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한 대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이 번호로 연락하라’고 했다. A 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정봉주 전 의원은 이번엔 A 씨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 친구 B 씨에게 밤에 전화했다. B 씨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를 보냈다. ‘A는 요즘 뭐 하고 지내기에 연락이 안 되냐’, ‘A는 방송 일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코 수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A랑 친한 C도 예쁘고 좋은데 너무 세보여서 좀 그렇다’, ‘A가 가장 순해 보인다’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 B 씨는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의 문자를 받고 ‘멘붕’이 와서 A에게 이런 연락이 왔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여기까지는 다소 도를 넘는 정봉주 의원의 행동으로 지적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이런 행동에 대해 A 씨도, A 씨 친구들도 정봉주 전 의원을 피하자 연락이 차츰 뜸해졌다. 그러다가 2011년 12월 22일,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봉주 전 의원은 다시 A 씨에게 집요하게 연락했다.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고 했다(정봉주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6일 수감됐다). A 씨는 “망설였지만 동정심이 생겼다. 맞는 말을 했는데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만나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는 거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에게 여의도 소재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날짜는 구속 수감되기 사흘 전인 12월 23일이었다. 예약자는 정봉주 전 의원도 A 씨도 아닌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A 씨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만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본명으로 음식점등 약속장소를 예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호텔 카페 직원은 A 씨를 룸으로 안내했다. 그 자리에서 한 시간 쯤 앉아있자 정봉주 전 의원이 들어왔다. “헐레벌떡 들어와 앉아서는 ‘보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내가 너에게 코도 (성형수술) 해주고 다른 것들도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감옥에 들어가게 돼서 미안하다’, ‘종종 연락하겠다’ 등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저는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났어요”라며 A 씨가 일어나자, 정봉주 전 의원도 따라 일어섰다는 거다.

정봉주 전 의원 관련 문제는 다음이었다. “갑자기 제 쪽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며 저를 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제 앞으로 들이밀었어요”라는 거다. 놀란 A 씨는 정봉주 전 의원을 밀치고 룸에서 빠져나왔다. 다행히 룸 밖에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정봉주 전 의원이 뒤따라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의 연락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12년 12월 25일 만기 출소한 뒤에도 정봉주 전 의원은 여전히 A 씨에게 끈질기게 연락을 해왔다는 거다. 그땐 A 씨도 A 씨의 친구들도 모두 기자가 된 상태였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정치인 대 기자로서 해줄 이야기가 있다’며 만남을 요구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A 씨에게 다른 친구와 함께 보기로 했다고 했다. 약속을 잡은 뒤 A 씨는 해당 친구에게 확인했지만, 그는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봉주 전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는 셈이다. 그래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정봉주 전 의원은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약속을 취소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이후로 A 씨는 정봉주 전 의원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거다.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반론도 짧으나마 함께 보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면서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봉주 전 의원이 억울한 희생양이 돼서는 안되겠지만 우선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또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피해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폭로가 아쉽다는 따끔한 충고도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7일 오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려 했으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연트럴 파크’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언론이 이날 오전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정봉주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