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놓고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8일, 10일에도 열렸으나 야권 추천 이사 4인과 김장겸 사장이 불출석해 일정이 거듭 연기됐다. 이날 이사회는 여권측 ‘다수파’ 이사 5인이 꼭 김장겸 사장 해임안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장겸 해임이 경각에 달렸다.

▲ 김장겸 퇴진을 촉구하는 MBC 방송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선포하고 제작 거부에 돌입한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MBC 최대 지배주주 방송문화진흥원이 1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김장겸 해임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장겸 해임을 놓고 누구보다 마음을 졸이고 있는 측은 김장겸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두 달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방송노동자들이다. 특히 “김장겸은 물러가라!”를 수년간 외쳐온 김인식 PD에게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 처리가 누구보다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두 차례 열린 방문진 이사회는 야권 추천 이사 3인이 태국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고, 이사회에 직접 출석해 해임 사유에 대해 소명하려던 김장겸 사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이유로 불출석해 결국 정회됐다.

이완기 이사장을 비롯해 김경환, 유기철, 이진순, 최강욱 등 여권 측 5명의 이사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었으나 ‘날치기’ 반발 여론을 의식해 이날까지 이사회를 연기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장겸 사장에 대해 이미 소명 기회를 제공하며 두 차례나 회의를 연기했다는 명분이 확보돼 김장겸 사장 해임안 표결을 강행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진순 이사는 “13일 이사회에 야권 이사들이나 김장겸 사장이 참석하든 말든, 소명권을 포기하든 말든 관계없이 공식적으로 의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완기 이사장도 “가급적 많은 이사들이 참석해서 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 표결 처리)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13일 이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김장겸 사장 해임안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진이 해임안을 처리할 경우 김장겸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이사회에서 해임이 결정된 사장으로 남게 된다. 다만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가 주주총회를 열어 김장겸 사장을 직접 해임해야 공식적으로 김장겸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현재 방문진은 MBC 지분 70%를 보유한 대주주로 임시 주주총회 개최 요구가 가능한 상황으로, 이사회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의결한다면 주주총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 

이처럼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이 오늘중으로 처리될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3대 언론학회 소속 언론학자 467명은 학자들의 성명을 왜곡했다며 김장겸 MBC사장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이 “김장겸 사장 해임이라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소명했다”면서 “언론·방송학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장겸 사장이 지난 8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제출한 ‘사장 해임사유에 대한 소명서’에서 9월6일 발표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방송학자 공동 성명’을 폄훼한 것을 두고 내놓은 성명문으로, 김장겸 사장은 해당 성명이 “‘민주당 문건’에서 적시된 내용으로 오히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장겸 사장은 467명의 학자를 가리켜 “정파적 성향이 강한 진보언론학자”로 규정했다.

3대 언론학회는 이런 김장겸 사장의 말에 반박 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은 언론과 방송 관련 3개 학회가 민주당의 지시를 받아 467명에 이르는 학자들을 동원하여 공동 성명을 작성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김장겸 사장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김장겸 사장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이미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의 퇴진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언론노조는 김장겸 사장을 ‘보도지침 몸통’이라고 규정하고 “MBC 김장겸을 당장 해임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MBC 농단, 파괴 주범인 김장겸의 악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오늘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김장겸 보도국장 재직 당시 실행된 ‘보도지침’은 그야말로 ‘끝판왕’이라 부를 만하다”고 김장겸 사장의 과거 패악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에 더 나아가 “김장겸은 보도국장 시절 영상편집부장 권태일을 행동대장으로 내세워 MBC 뉴스가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도록 지시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은 매우 중요한 자료였지만, 보도국장의 지침에 따라 MBC 뉴스에서 사라졌다. 국민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장면은 감추고 촛불을 비하하는 친박 수구 단체 모습은 강조했다”면서 “전사회적인 추모 분위기와는 달리 슬픈 음악도, 유가족의 눈물도 MBC 뉴스에서는 금지됐다. 대신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논란은 타방송에 비해 2배 이상 힘주어 반복 보도했다. 김장겸이 편집회의에서 유가족들을 ‘깡패’라고 폄훼한 후 벌어진 일들”이라고 김장겸 사장의 과거 행태를 폭로했다.

언론노조는 김장겸 사장에 대해 “이 뿐만이 아니다. 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탄핵 정국, 정치 정당 관련 보도에 대해 김장겸 사장은 지속적으로 불공정 편파 왜곡 보도를 지시했다. 심지어 김장겸의 행동대장 권태일은 영상편집부서원들에게 특정노조 가입을 권유하며 특혜까지 약속하는 등 불법 부당노동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김장겸은 세월호의 진실은 은폐하고 MBC 뉴스를 친박 적폐 세력에게 헌납한 대가로 보도국장에서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하고 결국 사장자리까지 꿰찼다”고 김장겸 사장에 대한 과거지사를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나아가 “이제 김장겸의 추악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장겸의 범법행위를 뒷받침할 증거와 김장겸 피해당사자들의 증언도 차고 넘친다. 권력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MBC 뉴스가 시청자 국민에게 남긴 수많은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김장겸을 당장 해임하고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면서 “방문진과 방통위는 고영주와 김장겸 해임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조롱한 공영방송 파괴 주범들을 청산하는 일에 어떠한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MBC 안에서 김장겸 사장의 퇴출을 강력히 촉구했다.
 
언론노조의 김장겸 관련 성명은 이에 끝나지 않고 “끝으로 사법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양대 공영방송 사장인 KBS 고대영과 MBC 김장겸이 보도국장 재임 당시 저지른 범죄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혹시라도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죄 증거를 인멸하는 일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길 바란다”고 말해 그간 김장겸 사장 등 언론 적폐로 낙인 찍힌 인물까지 사법당국이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