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는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피고인의 지난 정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논란과 관련 박근혜 피고인이 수십억의 불법적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먹은데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단단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낙연 총리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논란과 관련 ‘떡값 명목으로 뿌려지는 특수활동비는 통치자금’이라는 주장에 ‘이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통치자금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잘라 말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재야권에선 박근혜 피고인이 받아 먹은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청와대가 필요하다는 특수활동비에 대해서 국회가 야박하지 않음에도 국정원의 특활비에 손을 댄 것은 뇌물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적지 않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55)은 지난 3일 지난해 청와대 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275억542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청와대 예산(1694억6900만원)의 16.2%에 해당한다.

이날 질의에 나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사비나 최순실의 도피자금으로 쓰였거나, 민망하지만 머리를 올리는 데나 의상비 지급에 썼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 의심이 없도록 잘 밝혀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 피고인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사적인 용도로 쓰인 의혹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집고 넘어가려는 박범계 의원의 질의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파렴치하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국정질서를 교란한 위법사항이 드러나는 데 이를 덮으라는 것은 정부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적폐청산 움직임을 덮는 건 책임 방기”라고 ‘적폐 청산’에 대한 견고한 입장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해, 2018년도 정부 예산이 민생과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국회 예결위 회의에선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관련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원 내부의 일부 소극적 기류에 대해 지적하고 내부 개혁이 좀 더 대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차제에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에 대해 “국정원 TF(태스크포스)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면서 “국정원 내부에서는 조직 특성이나 해외 정보기관의 관행 등을 내세워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하는데 저항이랄까 경계하는 기류가 있겠으나 제도적으로 (예산 부정사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정원 내부 개혁도 좀 더 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직원 몇 명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 안보의 숭고한 사명을 집행하는 기밀예산이라는 이유로 예산 감사의 실질적인 권한을 국정원장에게만 부여했는데 이러한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고 지난 권력 안보에만 혈안이 되어 국민혈세를 낭비한 국정원을 맹렬히 비판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어 “특수공작사업비는 해외공작, 대공, 대태러, 방첩에 사용해야 할 돈인데 국정원 출신이 아니면 이 비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작단들의 생명줄, 국가안보를 위한 피값, 무엇보다 국민들이 해외에서 재앙을 당할 때 목숨값이 될 수도 있는 귀중한 자금인데 이 돈을 상납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원세훈 원장만 안 나타났어도 국정원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국정원이 재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을) 국정원에만 맡기면 안 되고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 총리가 제로베이스에서 국회와 협력해 관리 감독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할 정도로 새롭게 개혁을 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낙연 총리는 이에 대해 “통탄할 일이며 그 돈으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활동하실 분들을 생각하면 정부가 입이 몇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참담한 심경을 피력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최근 세계 경제가 개선되면서 수출이 호조되고, 단기적 회복세지만 여러 지표는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정부는 국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사회를 가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어 “429조원으로 재정을 확장편성했다”면서 “성장 과실을 국민이 합당히 누리고, 가정마다 아이 낳고 어르신이 노후걱정을 덜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또한 외교안보 문제 해결에 대해선 “정부는 국방비를 2009년 이래 가장 많이 늘려 억지전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북한이 끝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이어 “경제의 대외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국가와도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