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경 우승, 김인경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4라운드 2번 홀에서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우산을 들고 퍼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해럴드 스코틀랜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김인경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인경은 링크스 코스의 비바람을 뚫고 데뷔 11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품에 안게 된 거다. 김인경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북해 바다의 링크스 코스답게 경기 내내 빗줄기가 굵어지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김인경은 변화무쌍한 기상조건 속에 2위에 6타 차 앞선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김인경이지만 앞선 사흘 동안의 경기와 달리 고전했다.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LPGA 투어 우승 경험이 없는 셰도프가 줄 버디를 성공시키며 김인경에게 맹렬히 따라 붙었다. 김인경이 4홀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기세를 올리며 맹추격전을 벌이던 셰도프가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작성하며 2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김인경은 우승에 대한 압박감과 2위와 타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인경은 차분했다. 시종 침착하고 신중한 표정을 풀지 않으며 무리하지 않고 남은 홀을 지켜내며 타수 차를 유지했다. 김인경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둘째 날부터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한 김인경 우승은 ‘무빙데이’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린 것이 우승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2위와의 타수를 벌리며 정상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다. 김인경 우승은 이때까지 쉬워보였다.

하지만 악천후가 계속됐고, 김인경은 이런 까다로운 링크스 코스에서 대회 기간 동안 보기를 3개만 기록할 정도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드라이버의 비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정확도 높은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챔피언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김인경 우승 예감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 대목이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인경은 데뷔 11년 만에 통산 7승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달성했다. 지난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마지막 홀 30㎝ 거리의 챔피언 퍼팅을 실수하며 우승을 놓친 아픔까지 한꺼번에 털어냈다. 김인경의 이날 우승까지 무려 5년이 걸린 퍼팅이었다.

이날 김인경 우승으로 올 시즌 ‘숍라이트 클래식’과 ‘마라톤 클래식’에서 2승을 거두며 이날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김인경은 누구 보다 먼저 3승 고지를 점령했다. 이날 김인경 우승은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째를 달성한 뒤 최근 10개월 동안 메이저 포함 4승을 거두는 전성기를 알린 것이다.

김인경 우승은 상금랭킹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김인경은 이날 우승으로 48만7500달러(약 5억4800만원)를 추가하며 올 시즌 상금 100만 달러(106만8572달러)를 돌파했다. 상금순위도 19위에서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경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US여자오픈’(박성현), ‘마라톤 클래식’(김인경),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이미향)을 포함해 4주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12승을 합작하며, 남은 15개 대회 중 3승 만 더하면 2015년 세운 한 시즌 최다승(15승)과 타이를 이룬다. 김인경 우승을 끝까지 넘봤던 셰도프는 최종일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우며 역전 우승까지 노렸으나 김인경의 완벽한 방어 전략에 첫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김인경 우승날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신지은(25·한화)이 12언더파로 단독 6위에 올라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인경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최근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효주(22·롯데)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펑산산(중국),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과 함께 11언더파 공동 7위를 했다.

김인경 우승은 지난 2012년 열린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홀에서 약 30cm거리의 퍼트를 넣지 못해 결국 우승을 놓쳤다. 골프 역사상 가장 짧은 퍼트 실수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가장 아쉬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김인경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슬럼프에 빠졌다. 매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릴 때면 방송에서는 김인경의 실수 장면을 내보냈다.

김인경이 우승 경쟁을 할 때도 어김없이 30cm 퍼트 실수 장면이 나왔다. 선수에게는 엄청나게 큰 상처이자 트라우마로 남을 기록의 장면이다. 김인경은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인경은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인경은 올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과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3승이자 3개월 연속 우승이다. 메이저 우승을 30cm 앞두고 물러선지 5년4개월 만에 결국 고지에 도달했다. 6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김인경은 파 3인 첫 홀, 티샷을 핀 20cm에 붙여 타수를 더 벌렸다. 미셸 위 등이 경기 중반 줄버디를 잡으면 추격했지만 힘에 겨웠다. 17번홀 김인경은 가파른 개울을 건너는 샷을 그린에 올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고 18번홀 두번째 샷을 올린 후 환한 웃음을 보여줬지만 이때도 김인경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인경 우승의 예감은 이미 있었다. 김인경이 3라운드를 마쳤을 때 비가 그치고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김인경 우승 사진을 보면 LPGA 투어 11년차 김인경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얼굴이 비교적 새까맣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크림을 별로 바르지 않는다. 한 동안은 전혀 바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아버지는 “인경이가 어렸을 때부터 쓸데없이 켜진 불은 다 끄고 다녔다”고 했다.

김인경은 자외선차단제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해서 선크림 사용을 삼갔다. 그러나 요즘은 어머니의 강권에 엷게 바르는 정도다. 화장도 간단하게만 한다. 투박한 건 아니다. 그는 프랑스 식당에서 원어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불어를 배우기도 했다. 김인경 우승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인경 이날 우승으로 향후 김인경 출전 경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