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스탄 바브링카(32·스위스)를 맞아 세트스코어 3-0(6-2, 6-3, 6-1)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완승을 거두었다. 이날 나달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결승은 2시간5분 만에 마무리 끝났다. 우승 트로피 제작자는 급하게 ‘라파엘 나달(R.nadal)’ 이름을 우승 트로피에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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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달이 바브링카을 맞아 결승전에서 예정시간보다 이르게 승리를 결정지음으로써 11일 우승 트로피를 준비하던 제작자가 급히 현장에서 즉석으로 라파엘 나달의 이름을 우승 프로피에 급히 새겨넣고 있다. |
이날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바브링카는 나달을 맞아 브레이크 포인트를 단 한 차례 밖에 만들어내지 못 하는 부진을 보였다. 바브링카는 단 한 번도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지 못 했고 허무하게 우승컵을 내준 것이다.
이는 바르링카의 부진이라기 보다 나달이 그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저대회 결승에 세 차례 올라 모두 승리했던 바브링카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완패의 쓴맛을 맛 봐야 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2005~2008년 4년 연속, 2010~2014년 5년 연속 우승한 후 3년 만에 다시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대회 총합 10회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며 화려하게 테니스 황제로 복귀했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비에른 보리(61·스웨덴)다. 보리는 여섯 번 우승했다. 나달은 보리와의 우승 횟수 격차를 벌리며 클레이코트 황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
나달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고 퍼펙트 무실 세트 우승을 달성했다. 나달의 이런 기량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프랑스오픈 우승 횟수를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달이 바브링카와 결승 1세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게임은 바브링카의 서브로 진행된 네 번째 게임이었다. 나달은 11분 이상 걸린 네 번째 게임에서 네 차례나 브레이크 포인트를 만들어내며 바브링카를 몰아붙였지만 끝내 블레이크에 실패했다.
하지만 나달은 여섯 번째 게임에서 40-0으로 앞서며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사기가 오른 나달은 여덟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 하며 1세트를 45분만에 차지했다.
나달은 지치지도 않았다. 잠시 휴식도 마다한 나달은 2세트에 들어서도 두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 하며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달을 맞은 바브링카는 그야말로 힘겨운 게임을 고통스럽게 끌고가고 있는 셈이었다. 나달은 1세트 후반부터 세 번 연속 바브링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한 것이다. 나달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모두 지켜내며 2세트도 45분 만에 마무리했다.
바브링카는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듯 무거운 몸짓으로 나달의 파워 스메싱에 응수하다가 2세트 아홉 번째 게임에선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분기탱천하여 결국 참지 못 하고 애굿은 라켓을 집어던져 망가뜨렸다.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빅게임에서 결코 해서는 안될 매너다.
나달은 이런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더욱 거침없이 바브링카를 몰아붙였다. 3세트 첫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 하며 바브링카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바브링카는 자신의 서브로 진행된 다섯 번째 게임도 듀스 상황에서 백핸드와 포핸드에서 연속 범실을 범하며 내주고 말았다. 나달이 게임스코어 4-1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나달은 여섯 번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지켜낸 후 일곱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 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열 차례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를 열다섯 번으로 늘렸다. 나달은 윔블던과 US오픈에서 두 차례, 호주오픈에서 한 차례 우승했다. 나달은 이날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나달은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보란 듯이 뒤집었다.
1986년생으로 올해 31살인 나달은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나달이 앞으로도 월등한 기량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프랑스오픈을 석권했고 2008년 윔블던, 2009년 호주오픈까지 정복하며 2000년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와 함께 세계 남자 테니스계 양대 산맥으로 우뚝섰다.
특히 2010년에는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3개 메이저 대회를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2013년에도 프랑스오픈과 US오픈 등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나달은 그러나 지난 2014년 이 대회 우승을 끝으로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손목과 무릎 등이 자주 고장 나며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상의 불운은 나달을 4년 가까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나달은 지난 2014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메이저 대회 결승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며 ‘나달이 한물갔다’는 평도 나왔다. 2015년 프랑스오픈 8강 이후로는 메이저 대회 8강과도 거리가 멀어졌고 나달보다 한 살 어린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 앤디 머리(1위·영국) 등이 치고 올라오면서 나달의 설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나달 역시 절망의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테니스계에서는 이런 나달의 부상에 대해 ‘나달은 지구력과 파워를 앞세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고, 30세를 넘기면서 체력까지 떨어지면 기량도 급속도로 저하될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나달은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황재의 귀환이 아닐 수 없다.
나달은 올해들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조짐을 보였다. 비록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지난 2014년 프랑스오픈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오른 메이저 대회 결승 무대라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이때부터 나달의 부활은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
이후 나달은 자신이 강점을 보이는 클레이코트 시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우승컵을 세 차례나 들어 올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코비치와 머리 등은 모두 슬럼프 기미를 보였고 페더러는 7월 초 개막하는 윔블던에 전념하겠다며 프랑스오픈에 아예 출전조자 하지 않아 나달의 우승을 예감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나달에게는 만만한 적수가 없었던 것도 하나의 우승 요인으로 꼽힌다.
4강에서 ‘새로운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린 도미니크 팀(7위·오스트리아), 결승에서 2015년 이 대회 우승자 바브링카를 만났지만 모두 3-0으로 완승했다.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퍼팩트 게임이었다. 팀은 이번 대회 8강에서 조코비치를 3-0(7-6<5> 6-3 6-0)으로 완파했으나 나달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바브링카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3전 전승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이날 나달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결승까지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나달은 한 세트도 뺏기지 않은 것은 물론 듀스,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세트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7월 윔블던에서 2000년대 라이벌 페더러와 우승을 놓고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달로서는 올해 호주오픈 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되는 셈이고, 나달의 팬들과 테니스 마니아들에게는 금세기 최고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앞서 나달은 지난 2년간 무릎 부상과 슬럼프로 메이저 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통산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는 15번으로 늘었다. 특히 나달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나달의 전성기 시절을 능가하는 기량을 과시하며 ‘나달 제2의 전성기’ 개막을 알렸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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