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해야만 상을 준다”는 말로 지난해 보이콧 사태를 겪은 대종상 측은 올해는 “참석 여부에 상관없이 상을 수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녀 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이병헌에게 상을 안기며 이마저도 넌센스에 빠졌다. 감독상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역시 어김없이 상을 안았다.

배우들의 대거 불참 속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내부자들'이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등 5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주최측의 어설픈 진행 속에 수상의 기쁨은 납작해졌다.

첫 시상이었던 신인남우상부터 영화 '4등'의 정가람 대신 매니저가 무대에 올라 MC 김병찬이 "누구신지"라고 묻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손예진)뿐 아니라 의상, 음악상을 수상한 '덕혜옹주'는 해당 수상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대종상은 내부 갈등 문제로 시상식 준비가 늦어져 많은 배우들이 스케줄 문제로 불참하게 됐다.

생각이 많은 얼굴로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20년 전 대종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한번쯤 꼭 무대 위에 서고 싶은 명예로운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너무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참여했던 것이 기억난다"면서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상을 받는 기쁨보다 무거운 마음이 앞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병헌은 “긴 시간을 쌓아온 대종상이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어떤 게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지 모르겠지만 변화는 개인의 의지, 노력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조금씩 고민하고 노력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종상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병헌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내부자들'은 이날 최우수작품상의 영광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