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상록수가 광화문을 뒤덮었다. 양희은의 명곡인 ‘상록수’는 70-80년 대 암울한 군사독재정권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듯, 어젯밤 광화문에서 양희은의 노래가 150만의 시민들의 마음 한켠에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의 마지막 구절 ‘끝내 이기리라’처럼, 5주간 이어져온 백만 시민들의 함성이 결국 ‘박근혜 퇴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 26일 광화문에서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는 150만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양희은은 1971년 ‘아침이슬’이라는 노래로 가수로 데뷔했다. 아침이슬의 첫 구절 ‘긴밤 지새우고~’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70년대 군사독재정권을 반대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양희은 본인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자주 말했지만, 자신은 운동권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때 당시 아침이슬을 작곡한 김민기 작곡 역시 민중운동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옥같은 가사로 젊은이들이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 노래는 마치 주제곡처럼 불렸다. 그때 당시 젊은이들은 ‘긴밤 지새우고’의 긴밤은 군사독재를 그리고 ‘태양’은 군사독재해방을 암시한다고 생각해, 유독 이 노래를 사랑했다.

그러자 그 당시 독재정부였던 박정희 정부는 금지곡을 지정해 부르지 못하게 했다. 아침이슬 후속곡인 박세리 벙커샷 노래로 유명한 ‘상록수’인 이 노래 역시 ‘끝내 이기리라’ 등 현 정권의 저항을 담는 구절이 많다며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금지곡으로 지정될수록 들판의 핀 잡초처럼 밟아도 밟아도 끊이질 않고 선배에서 후배로 명맥을 이어가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갔다.

그렇게 양희은은 민중가수가 되었고, 그의 노래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곡이 되어나갔다. 금지곡에서 풀려진 이후, 90년대조차도 양희은 본인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민중가요로서, 운동권 내에서 계속 불려왔으며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광화문에서 양희은의 ‘상록수’곡은 더 애잔함이 있었다. 어느새 중년이 된 아버지세대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문을 내딛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명분 앞에서, 다시 한 번 하나가 되게 해주는 노래였다. 어젯밤 양희은의 노래는 세대의 벽을 넘어서 150만의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넘었다. 양희은의 상록수 마지막 구절 ‘끝내 이기리라’라는 구절처럼 시민들은 5주간 지속된 시위 앞에서 조금도 흐트럼없이 어젯밤 밤늦도록 광화문을 지키며, 자신들의 바람을 목청껏 외쳤다.

‘박근혜 퇴진하라’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