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국선언은 단순히 불만의 목소리를 담은 내용이 아니라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탄핵과 하야,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6일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엔 서울을 비롯한 지방 소재의 각 대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대학생들은 물론 교수진까지 시국선언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4년동안 사회는 곳곳이 병들었다. 수백명의 생명이 바닷물 속으로 수장된 세월호 사건과 권력을 쥔 김에 민족의 역사를 바꿔버리겠다는 국정교과서, 경제회생을 빌미로 강제된 서민과 노동자들의 주머니털이 ‘노동개악’, 대선 당시에 표를 그러모으기 위해 마구 제시하고 사라진 각종 ‘복지 관련 공약’과 권력의 힘으로 자행된 ‘언론 통제’, 노동탄압, ‘백남기 열사 사망 사건’, 정당의 강제 해산, 각종 공안 사찰과 수사 등 그간 상처받은 사회 곳곳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 26일 시국선언이 있은 서울 세종로 소재 4.16세월호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하는 동안 한 시민이 최순실 관련 1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국정운영 전반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은 이후 사회는 들끓고 있다. 26일엔 서울에선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이 “더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면서 시국선언을 했고, 시민사회단체 민주주의행동 등 수십여 진보단체는 “국민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대우 받지 못한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다”면서 도심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관련 시국선언을 했다. 지방에선 이미 지난 25일 경남의 원로들이 ‘박근혜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했고, 26일엔 청주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이어 갔다.

▲ 국민민주주의행동 등 수십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26일 오후 4.16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및 하야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총장 사태를 요구했던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수도권 대학들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고 각 대학 교수들이 청주대 교수 ‘시국선언’을 신호탄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청주대 지부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시국선언문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국민들을 한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이날 시국선언의 서두를 열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로 권력을 위임받은 헌법상 최고의 공직자”라며 “공적인 행위는 물론 사적인 언행까지도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 최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관습헌법상의 규범 바깥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청주대 교수들은 이어 “역사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얻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 때 스스로 하야(下野)하는 길을 선택했다”면서 “국내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국외에서는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미국 닉슨 대통령이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고 예를 들었다.

교수들은 나아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놓고 볼 때 박근혜 대통령도 이제 결단을 내릴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면 국회가 천거한 신망있는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 국정을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현 상황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탄핵을 비롯,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의 햐야 결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민주총궐기 충북지역 준비위원회도 충북도청에서 “봉건왕조 최순실의 섭정과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의 신성한 권력을 맡길 수 없다”면서 ,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에서 “우리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과 달리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자들이 성역없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강대 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현실에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고려대와 한양대, 동국대 등도 잇따라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고, KAIST 학부 총학생회도 오는 27일 오후 3시 KAIST N13-1 장영신 학생회관 앞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등에 대한 KAIST 학부 총학생회 시국선언’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