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고 백남기 농민이 고인이 되신 지, 약 2주 간 지난 지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국감장에 백선하 교수가 모습을 비추었다. 국감장에서도 백선하 교수는 여러 의원들의 질문에도 꿋꿋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인을 ‘병사’로 주장했다. 더불어 백선하 교수는 새누리당 조훈현 의원이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없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준비해 온 ‘자신의 해명문’을 1분 여간 읽어 야당 의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자신의 해명문을 읽고 있느냐”며 한숨을 크게 내쉬기도 했다.

▲ 서울대학교 병원 백선하 교수가 교문위 국감에 참석해 고 백남기 농민에 당시 CT촬영한 사진을 들고 와서 해명하고 있다.

밑은 오늘 국감에서 백선하 교수가 말한 해명문 전문이다.

 

고 백남기 환자분의 명복을 빕니다.

존엄한 죽음과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주제의 토론과 생각은 본 사안의 본질과는 다른 철학적, 사회적, 법적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고 백남기 환자분의 사망진단서의 작성은 말씀 드렸듯이 일어난 사실과 지난 317일 동안 치료를 맡아온 주치의로서 제 스스로의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서 내려진 것입니다.

고 백남기 환자 분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급성경막하 출혈로 응급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사망하기 직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치료 하였습니다. 고 백남기 환자분은 급성 신부전증의 합병증인 고칼륨혈증에 대해 꼭 받아야 하는 치료를 받지 못하여 심장정지(심폐정지)가 왔으며, 그러한 이유로 직접적 사망원인으로 심폐정지, 선행사인 신부전, 원사인을 급성경막하 출혈로 기술하였고,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술하였습니다.

만약에 환자분이 받아야 할 적절한 치료를 받고도 사망에 이르렀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저는 고 백남기 환자분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며 직접적으로 심장을 멎게 한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의 적절한 치료인 체외투석 치료를 원하지 않았던 유가족들을 비난하거나 탓하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의 작성은 고 백남기 환자분의 진료를 맡아온 주치의한테 맡겨진 신성한 책임과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317일 동안의 진료 중 일부만의 진료에 참여하였던 의료인, 사망 후 2주도 되지 않은 기간에 환자의 진료에 전혀 참여한 적이 없는 의료인은 환자의 입원부터 사망에 이를 때까지의 전 과정을 주치의만큼 알고 있지 못합니다. 저는 고 백남기 환자분의 수술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고인의 사망진단서에 소신껏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말들, 하지도 않았음에도 했다고 버젓이 활자화되어 나오는 말들 앞에서 개인적으로 커다란 무력감을 느끼지만,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고 백남기 환자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지난 317일 동안 고 백남기 환자분의 치료를 담당해왔던 주치의로서 환자분의 회복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환자분을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께서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 드리며 유족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2016년 10월 11일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