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2008년 남대문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손실에 대한 경각심과 문화재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벌써 잊은 듯 또 다시 문화재 보존에 많은 허점이 드러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현재 쇄도하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경기 고양시병)이 문화재청으로 받는 ‘대학박물관 내 국가지정 동산문화재(국보·보물) 정기조사서’를 분석한 결과, 전국 21개 대학박물관에 보관된 총 92건의 국가지정문화재 중 25개의 문화재가 추가적 문화재 보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문화재는 7개에 이르렀다.

▲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경기 고양병)에서 제출한 보협인석탑 문화재 훼손상태이다. 그 틈을 동전으로 쌓아 수평을 맞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화재 보존·관리가 된 문화재는 동국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1층에 전시 중인 국보 제 209호 ‘보협인석탑’이었다. 보협인석탑은 벌어진 틈으로 인해 균형을 잃어 탑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그 틈을 동전을 차곡차곡 쌓아 수평을 맞추어둔 상태였다. 보기만 해도 위태위태해 보여 ‘누란지위’가 따로 없었다. 보고에도 작은 충격에도 동전이 튕겨져 나올 수 있어 지진 발생 시 붕괴가 우려된다고 시급히 수평재 교체와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도 어떠한 보수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유 의원은 ‘보협인석탑’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2016년 9월 27일 현장에 가 확인해 봤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시급하다고 사료되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보협인석탑’에 보존 및 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유 의원은 이밖에도 시급히 대책이 필요한 문화재가 있는지 검토 및 조사해봤다고 하였다. 그 조사결과,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중인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 3243권 중 217권이 충해가 있어 당장 수리 복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 밖에도 보물 849호 곤여만국전도(들뜸, 박락, 탈색 현상)와 보물 948-1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언해)권3(내지 앞부분 손상, 내부 좀 먹은 흔적)이 빠른 시일 내 보존처리가 되어야 한다고 조사되었다.

하지만 유의원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현행 제도상으로는 신속한 조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연말까지 문화재 보존 및 관리에 대한 정기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국고보조사업 심의 절차과정이 있어, 내년에 당장 문제 있는 문화재에 대한 국고보조사업을 실행하기에 어려움에 있다.

유 의원은 현행 절차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 상항에 대해 “아픈 환자를 2년간 방치하는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정기조사를 통해 보수가 시급한 문화재로 확인된 경우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수 및 보존처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 의원은 “전국 대학박물관의 문화재 조사를 대학과 인접한 문화재청 소관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러 기관에서 문화재를 조사하고 있어 동산문화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그는 “유물 관리방법에 대한 표준화된 관리지침과 방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우리 문화재가 어떤 곳에 있더라도 문화원형이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