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첫 지카 바이러스가 한국인 정액에서 검출됐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채로 발견돼 처음으로 분리, 검출된 것이다.

이로써 그간 지카 바이러스가 모기에 의해서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시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증명된 것으로 지카 바이러스 또다른 감염경로가 발견된 것이로 봐야 한다. 이는 기존의 지카 바이러스 예방법도 또 다른 방법이 추가 되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지카 바이러스가 정액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검출됐다는 것은 기타 다른 경로로도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 지카 바이러스가 정액 내에 살아 있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 미국 데일리메일온라인은 지난 3월27일 정액 내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서 감염 남성은 최소한 6개월이상의 성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3월27일 부부나 커플이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에는 8주간 임신을 피할 것을 권했는데, 이때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부부는 최소한 8주 동안 임신을 피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와 노출된 경우 임신을 피해야 하는 기간을 설정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만약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고, 증상이 나타났다면 여성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날로부터 8주간 임신을 피해야 하고, 남성의 경우는 최소 6개월 동안 성접촉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국내에서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환자 가운데 1명의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RT-PCR)와 바이러스 배양검사를 통해서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명돈 교수팀은 환자의 정액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는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오고 7일 후에 시행된 결과로 성접촉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명돈 교수팀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다녀온 남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남성이 임신한 부인과 성관계를 할 경우 태아에게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국내에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신생아가 태어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고 경고했다.

외국 사례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가 지난 2013년 12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에서 처음 남성의 정액에서 분리 검출됐다. 지금까지 성접촉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9개 국가에서 보고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정액에서 검출된 이들은 모두 건강한 사람이 감염지역 여행력이 있는 환자와 성접촉을 한 뒤 감염된 경우다.

성접촉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미국에서만 8건이 보고됐는데 1건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이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칠레,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페루, 캐나다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오명돈 교수는 “이번 여름철 휴가 기간에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방문하는 남성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여름 휴가철에 접어드는 만큼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의 경우 정액 내 지카 바이러스 생존 기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만큼 감염 의심증상이 있다면 최소 6개월까지 성관계를 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 정액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7월호 온라인판에 공식 발표됐다.

한편, 영국의 한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위험으로 인해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들에게 올여름 미국 플로리다주 방문을 재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런던 위생.열대 의학대학원 교수인 지미 위트워스는 “임신한 여성이나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는 올여름 디즈니랜드가 있는 플로리다주 등에 갈 예정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면서 “현재 미국에 있는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져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의료 전문가들은 또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의료 전문가들이 알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면서 “성접촉이 빈번한 브라질에서의 부부간 내지 이성간 성접촉을 특히 자제해야 한다. 특히 올림픽이 개최되는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에서도 가장 심각한 도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현재 브라질 당국이 올림픽을 강행하려 하지만, 반대로 올림픽에 참가하려는 선수와 코치, 취재 기자들이 참가 여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며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참가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