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희정 대권도전 사이좋게 장군멍군이다. 안희정 지사가 먼저 문재인 전 대표를 두고 “내가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다”고 발언한데 대해, 이번엔 문재인 전 대표가 “안희정과 대권 경쟁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말해, 문재인 안희정 그야말로 사이좋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모양새가 형성됐다.

문재인 안희정 두 정치지도자가 대선을 놓고 당내 경선에서 맞붙는다 해도 두 대선주자는 서로 아쉬울 것도 서로에게 서운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정작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부류들은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보인다. 문재인 안희정 두 정치지도자의 지지 세력이 적지 않게 겹쳐 있기 때문이며, 이들에게는 또한 문재인 안희정 두 인물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이 귀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 문재인 안희정 두 대권주자의 경쟁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안희정 후배의 도전은 영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안희정 두 정치지도자가 이렇듯 대권주자를 놓고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시작은 먼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취지의 물음에 “제가 ‘슛’을 하기 위해 뛰어야 할지 가봐야 한다”면서, 내년에 있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안희정 지사는 당시 “20세기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놓고 정치 지도자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제가 도전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오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희정 지사는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평가하는 대목에선 “야권에서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계속 응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슛을 하기 위해 뛰어야 하는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안의정 지사는 과거 ‘좋은 사람이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 “초등학교 때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잘난 사람은 ‘난사람’, 많이 배운 사람은 ‘든사람’. 그런데 선생님이 제일 윗급은 된사람이라고 그러셨다. 추상적이지만 이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즉, 된사람이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정치적 견해를 분명이 한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가’라는 노골적인 물음엔 “훌륭한 사람이다. 과거 정치인과는 다른, 과거와 결별해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좋은 성품과 노력의 자세가 있다”면서 “총선이 지나고 당의 틀이 좀 안정되면,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경쟁 국면이 만들어진다. 그때 가서 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안희정 지사의 대선 도전 시사 발언에 대해 “안희정 지사와 같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큰 영광”이라고 말해, 안희정 지사의 도전에 힘을 실었다. 대립적 경쟁이 아닌 ‘진정한’ 경쟁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희정 지사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안희정 지사의 존재는)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든든하고 기대가 크다”고, 안희정 지사의 ‘장군’에 문재인 전 대표가 ‘멍군’으로 응했다.

안희정 지사는 다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당선인 초청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대선 도전 의사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도 하고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한다”고 말해 대선 출마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문재인 안희정 두 대선주자의 자신감은 이번 20대 총선 승리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고, 이는 문재인 안희정 두 정치지도자가 대선 주자를 시사할 수 있었던 중요 요인 가운에 하나로 분석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있은 강연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새누리당을 그렇게 비판한 것은 결국 경제 실패 때문이다. 경제하면 여당을 떠올리던 환상이 이번에 완전히 깨졌다”면서 “전국적으로 당선자를 낸 곳은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하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전국 정당이 됐다”고 말해, 자신감이 충만해있음을 표출했다.

안희정 지사 역시 문재인 전 대표의 자신감과 동등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희정 지사는 ‘이번 4·13 총선 결과를 예상했느냐’는 물음에 “전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해 ‘기적’이 일어났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사실상 20대 총선 승리는 더할 수 없는 기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나고 상경해 강남역을 조용히 방문 ‘여혐 살인’에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고, 이날부터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지낸 뒤 21일에 다시 경남 양산으로 내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는 오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거행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각각 참석하면서 다시 한 번 조우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