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사 “말이 아닌 행동으로 양심 실천하셨다”... 김대중 대통령 6주기 “모진 풍랑 이기고, 핍박한 사람까지 껴안았다”... 김대중 대통령 6주기 “냉전질서 깨뜨리고 통일 물꼬를 트신 분” - 추모사 요약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동 소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이 자라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 참석한 추모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 정의화

아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드린 주모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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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사

존경하는 故 김대중 대통령님,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세월 따라 조금씩 흩어지건만, 대통령님이 떠나신 빈자리는 해가 갈수록 오히려 커져만 갑니다.

추모식을 앞두고 10년 전 하의도에 갔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방문길이었습니다만, 2005년 봄, 한나라당 지역화합특위 위원들과 함께 대통령님 생가를 찾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어느 분 말씀처럼 신안의 섬들은 다이아몬드를 닮은 모습으로 그렇게 모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다 위에 대통령님을 낳고 키워준 하의도가 이름 그대로 연꽃(荷衣島)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저는 하의도에 가서야 고인께서 평생 불어 닥친 그 모진 풍랑을 어떻게 이기셨는지, 자신을 핍박한 사람들까지 껴안는 넓은 가슴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님만큼 용기 있는 지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 엄혹한 시절, 대통령께서는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온 몸을 던지셨습니다. 지역갈등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면서도 누구보다 동서화합에 앞장섰습니다.

한반도의 냉전질서를 깨뜨리고 통일의 물꼬를 트신 분도 바로 대통령님이십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동서간의 평화, 남북간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위업을 세계가 인정한 것입니다.

대통령님 영전에서 우리 후진들은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께서 크게 열어놓으신 한반도 평화의 길, 통일의 길이 컴컴한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엊그제가 또 한 번의 광복절이었습니다. 금년도 광복절은 여느 해와 달라야 했습니다. 올해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 민족이 얼싸안고 함께 맞아야 할 70주년 광복절을, 남과 북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꽉 막힌 상태 그대로입니다. 얼마 전에는 일방적으로 표준시를 변경하고, DMZ에서 지뢰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등 북한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듯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가 21세기 문명의 시대를 리드하고 진정한 선진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도 우리는 반드시 통일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대화와 교류, 인도적 지원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오고 가고, 그리고 돕고 나누면서 작은 신뢰를 꾸준히 쌓아가야 합니다.

이달 초 이희호 여사님께서 힘든 몸을 이끄시고 직접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신 깊은 뜻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귀국 직후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신 여사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더욱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저 역시 남북간 대화채널이 꽉 막힌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공식 제안한 바 있습니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국회 본 회담과 당국간 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디 하늘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일러주시고 지혜를 내려주실 것을 대통령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양심을 실천하신 분이셨습니다.

우리 국민과 우리 역사는 다시 대통령님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지혜를 간절히 필요로 합니다.

비록 대통령님의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대통령님의 정신과 의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영원히 함께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부디 편안히 쉬소서.

국회의장 정의화, 삼가 분향합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