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세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14일부터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공식 방문 일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까지 메르스 확진자 수는 모두 95명에 육박했으며 격리대상자는 약 3천여명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중대 상황 속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대해 여야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전병헌 최고위원은 “메르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에는 대통령의 책임이다”며,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답을 하고 진정시켜야 할 때”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용득 최고위원 역시 “메르스중앙대책본부장을 (박근혜 대통령)본인이 맡아서 하시라. 그리고 수습하시라”고 요구하며 외교 결례보다도 메르스 방역을 위해 직접 나서서 책임을 다하고 떠나시라“며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대부분 방미 일정에 대해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외교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청와대와 외교 당국이 결정을 내릴 문제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문제는 청와대나 외교부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 순방은 청와대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런가하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방미 일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사태가 확산된다면 확실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나온 결론을 "지금 (메르스 감염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대통령께서는 국내에서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적극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전하며 방미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여러 요소를 봐야겠지만 (방미 일정 변경과 관련한)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거센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 메르스 사태 진작을 위해 특단의 결단 조치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