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감과 죄책감에 못 이겨 목숨을 내던진 강민규 교감(55)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은 21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강 교감의 유가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순직공무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어 사망해야 한다”며 “강 교감이 단원고 학생 등 탑승자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구조작업을 하다가 자살을 결의하게 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강 교감의 자살 원인이 된 ‘생존자 증후군’은 구조작업 종료 후 세월호 사고의 생존자로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서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수학여행이라는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하였지만 순직공무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강 교감은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지난 4월18일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강 교감의 지갑에서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살아가기에 힘이 벅차다”며 “내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강 교감은 참사 당시 학생과 승객 등을 대피시키다가 헬기로 구조됐으나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다시 사고 해역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뒤로하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정신적인 괴로움에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안전행정부 순식보상심사위원회는 강 교감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유족의 순직 청구를 기각한 바 있고, 이에 유족은 행정법원에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패소 판결 이후 강 교감의 부인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 내놓으면서까지 책임지고 가셨는데 법에서는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깝다”고 말하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