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담배의 제조나 판매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담배사업법은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폐암 사망자 조모씨와 임산부 김모씨, 의료인 등 9명이 낸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직접흡연자의 심판청구는 기각하고, 간접흡연자의 청구는 각하했다고 11일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현재로서는 담배와 폐암 등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해 담배의 제조나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흡연과 폐암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되더라도 폐암은 그 외에 여러 가지 선·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어 필연적 관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한 “담배사업법에서 담배 성분 표시나 경고문구 표시 등 여러 규제를 통해 직접 흡연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안전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담배사업법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관련성에 대해는 인정할 수 없어 심판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간접흡연 피해는 다른 사람의 흡연으로 발생한 담배연기를 흡입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담배의 제조 및 판매가 허용돼 흡연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 어떤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이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간접흡연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근본적 원인은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가 제조·판매 되기 때문"에 "담배 제조 및 판매로 인해 직접 흡연이 발생하는 이상 비흡연자들이 타인의 흡연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한편 흡연피해자와 의료인 등 9명은 지난 2012년 1월 "국가가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배사업법을 제정해 국민의 보건권, 행복추구권,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담배사업법은 헌법에 위반되고 입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담배 제제, 판매 및 수입 등을 금지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1일 헌재의 결정이 나온 이후 청구인 중 한 명이었던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과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등은 헌재 결정 후 비판 성명서를 내고 “담배와 폐암 등 질병 사이에 필연적 인과 관계는 이미 의학적, 역학적으로 증명됐다”며 “담배 제조와 매매를 금지하는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