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에 공개된 친부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 여성의 사연

2013년 5월, 'MBC라디오 여성시대'를 통해 10여분 동안 읽혀진 사연에는 4살때부터 14년동안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되기를 바라며 그녀는 성이 노씨이며 24살임을 밝히면서, '제 나이의 여느 또래들은 학생이거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겠지만 저는 지금 스스로를 치료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스무살이면 모든게 끝나겠지. 스무살이 되면 아마 나는 죽을 수 있을거야, 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겨우겨우 잠을 청했습니다'는 그녀는 '스무살이 되어도 저는 여전히 숨쉬고 살아있었고, 삶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라고 살아온 세월이 버거웠음을 고백했다.

결국 그녀는 스무살 초여름 무렵, 어머니에게 자신이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토해내듯이 고백하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엄마로써 같은 여자로써 정말 너무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제서라도 얘기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노양을 안고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후 그녀는 '천주교 재단의 성폭력 전문 상담소를 만나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다시 정신과 병원을 소개 받아 약도 처방받아 먹으며 횟수로는 3년여를 꼬박 치료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라며 당시 계속해서 치료받고 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저와 같이 성폭력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라며, '너무 무섭고 한 치앞이 보이지 않아 칠흑같겠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하루라도 빨리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란다'고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 두려워하며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메세지를 전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지난 2014년 5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

◇ 피해자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한살 어린 여동생 역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동생 역시 친아버지의 성폭행에 의해 얻게 된 중증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지난 2월 6일 새벽 한남대교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그녀를 구조한 경찰은 자매가 친부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들이 삶의 의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득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지난 19일 14년간 친딸 자매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친부 A(54)씨를 검거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매의 친모 또한 자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자살이 우려되는 바, 치료를 거부하는 친모를 설득하여 긴급히 병원에 입원조치하여 상담심리 치료를 받게 하였다.

◇ 도움을 요청할 곳은 없었나

큰딸인 노씨는 어린 시절 친할머니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오히려 할머니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는 등의 협박과 폭행을 당했고, 주변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2006년, 자매의 부모가 이혼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반항하면 동생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노씨가 스무살이 되던 해인 2010년, 할머니가 숨지고 나자 그녀는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릴 수 있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관할 서울 노원경찰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지역 종교단체와 연계를 통해 긴급 치료비를 지원하고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관할구청,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솔루션팀 회의를 개최해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계속적인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를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로 지정하고 피해자 '가명' 사용,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한 의료비, 생활지원자금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범죄 피해자들이 일상생활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간의 일이라고 숨기지 말고 가까운 지역 해바라기센터(전국 35개소, 상담·수사·의료 지원) 또는 지역 성폭력상담소로 상담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다음은 2013년 라디오에 소개된 지난해 자살한 언니 노 씨의 사연 중 일부이다.

"저는 침묵하고 살아온 시간이 긴 탓에 그만큼 상처가 깊어 치료하는 시간도 길고, 마음을 너무 많이 다친 탓에 사람들과의 교류가 힘이듭니다.

저처럼 용기가 없어 주저하지 마시고 부디 목소리를 내서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그 상처를 조금이나마 알기에 얼굴도 알지 못하지만 피해를 입으시는 분들의 생각에 늘 마음이 아픕니다.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처음 상담선생님께 저의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저 또한 그 사실이 의심스럽고 혹시 내 잘못으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난건 아닐까 고민했고, 여전히 고민중이지만 그리도 여러분은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학대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