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호텔신라가 미국 중견 면세기업인 디패스(DFASS)를 사실상 인수했다. 글로벌 빅3 면세점을 향한 이부진 사장(사진)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미국 자회사(삼성 호스피탈리티 아메리카)를 통해 면세 기업 디패스 지분 44%를 1억500만 달러(약 1176억 원)에 매입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는 5년 뒤 지분 36%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디패스는 미주에서 면세 도매유통과 기내 면세점, 공항 및 국경지역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세계 최대의 기내 면세점 사업자다.

호텔신라는 미주지역 면세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디패스를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패스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주지역에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면세기업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1987년 설립돼 미주지역에서 면세물품 유통 및 기내면세점, 공항과 국경지역에서의 면세점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억1800만달러였다. 현재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버나드 클리파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디패스는 특히 주류와 화장품 부문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호텔신라는 전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디패스가 뛰어난 구매 역량을 갖고 있어 신라면세점의 원가 절감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라는 지난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화장품, 향수 매장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 면적은 5575㎡로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중 가장 크다. 신라면세점은 2020년 9월30일까지 이 매장을 운영한다.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은 세계 공항 면세점 중 매출 규모가 4위며 신라면세점은 이곳에서 연간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라는 지난해 말엔 마카오 국제공항 내 면세점 운영을 시행했다. 홍콩 면세기업인 스카이커넥션과 합작사 '스카이신라듀티프리'를 설립해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합작사의 지분율은 호텔신라 40%와 스카이커넥션 60%이며 호텔신라는 향수와 화장품, 패션 브랜드를 담당하고 스카이커넥션은 술, 담배, 토산품을 취급할 예정이다.

신라는 최근 인천국제공항 입찰과 제주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면세점에 밀렸으나 이번 디패스 인수로 롯데와의 경쟁에서 균형을 맞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롯데는 영업면적을 늘렸으나 신라는 기존 영업면적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제주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도 신라가 자리잡고 있는 제주시내에 롯데가 사업권을 따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익성 악화를 무릅쓴 무리한 경쟁은 하지 않는 대신 글로벌 무대에서 덩치를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호텔신라의 디패스 지분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미주 지역 면세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화장품(특히 미국 브랜드)과 주류ㆍ담배 부문 바잉파워를 확대하는 동시에 소폭의 EPS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함승희 KDB증권 연구원도 "디패스 지분 인수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호텔신라의 글로벌 시장 침투와 입지 강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며 "호텔신라의 입장에서는 협업을 통해 과거와 차별화되는 신규 채널을 확보하고 지역적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고 전망했다.